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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니까

선챕 2020. 6. 24. 23:31

 전여친의 흔적들이 컴퓨터에 다 들어가 있었다. 나를 이쁘게 그려준 사진몇장이랑, 서로 정답게 얘기했던 메시지 몇장. 아마도 나는 언젠가를 기약하면서 집을 나왔던 것 같다. 그때에 나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많이 상황이 바뀌었다.

 사람을 얻는 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좋은 일이다. 내 곁에 한 사람이라도 더있는건 문학적으로 굳이 보지 않아도 경제학적으로만 봐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문제는 어떤 사람이냐에 있다.

 연애의 참견을 참 자주봤었다. 의도적으로 본 건 아니고 주변에서 가만히 있으면 보여준다. 남의 연애사 참견하는 게 뭐가 그리 재밌나, 뭐 감놔라 배놔라 하면 나오는게 있나 했는데 보고 있자니 나도 똑같이 빠져들었다.

 거기서 제일 기억나는 건 폴리아모리랑 '넌 끝까지 니 얘기만 하는구나'. 분명 나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때 내 잘못을 잘 알고 있다. 뭔가 잘못끼워맞춘 게 한두개가 아니라는 쯤, 너무나 잘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 잘못만으로 모든 게 일어났고 모든 책임을 내가 지으라고 하면 안될 것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폴리아모리처럼 한번 사귈때 많은 남자를 만나야겠다 많은 여자를 만나야겠다 그런 얘길 들은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얘길 들었다.(어느 분류의 대다수가 못났다. 나는 배척하고 살겠다 그런 얘기였을 것이다.) 철없는 얘기라고, 한때 생각했던 것들 이었다. 난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도중에 어떤 이유에서 화가 잔뜩났다.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내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세상이고 나 혼자 잘살건데 뭣하러 나에게 간섭하냐면서 나를 밀쳤던 것 같다. 상식, 상식인가 싶었다.

 그 후로 나는 한동안 힘들었었는데, 생활이 힘들다던가 내 앞에 미래가 걱정되서 불안하다던가는 아니었다. 왜냐면, 내 앞가림은 너무나도 잘하니까. 존 리가 말하길 부자가 되려면 부자티를 내지 말라고 했다. 아니 부자는 부자티를 안냈다고 했다. 열등감을 가지고 남을 건드리지도 않고 난 잘살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신분이 있어서 진짜 투자는 안하고 있지만, 난 아무것도 안해도 하루에 7만원씩은 최소로 들어온다. 넥슨지티가 만천원에서 만이천원으로 상승했고 만원에서 포지션 잡고 천천히 올렸으면 5만원, 경협이나 대북주들이 방산주하락에 반사파동으로 올라간거 3프로 해서 충분히 7만원씩은 들어왔다. 그게 아니더라도 가만히 배당주에 투자했어도 6월 2일 배당락일에 들어가서 7월에 배당을 받았을 것이다. 나의 삶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누가 태클을 걸기 전까진.

 무기력했을땐 나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제일 못난놈이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참 나 자신을 비추는 모티브가 됬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세상은 가끔 모순적이고 반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모든 게 웃길 뿐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아쉬운 거 없는 나는 뭐가 그렇게 불안했는지, 왜 그렇게 흔들렸는지 그게 웃길뿐이다.

 같이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돌아가시고 한참을 울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진짜 나는 한심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정작 나를 위했던 사람들이 나에게 잘해주는 건 비싸게 굴었으면서 왠 아무것도 없는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는 오래간 끌어안았으니. 스스로 돕는자를 도와주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다 도와주는 건 역시 아니었다. 옛날말 하나 틀린거 없다고, 하늘이 돕는 스스로를 돕는자를 도왔어야 하는데,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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