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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매일연습용)

학생

선챕 2020. 3. 8. 20:15

 매일 알람종이 울리는 때면 세상은 어두컴컴했다. 흔히들 얘기하는 하루의 시작과는 다르게 무언가 조용하고 깨우지 말아야할 것 같고 그런 아침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때에 일어났다. 내가 해야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시간에 자고 안자고와 상관없이 물을 콸콸 틀고 샴푸소리를 푹푹 내고 양칫물을 시원하게 세면대에 뱉었다. 그렇게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면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 내가 했던 것을 반복한다. 

 화장실이 한자리니까 미리 일어나서 내 할 것을 하고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배려심에 시작된 행동들이라고 알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니까, 나는 부끄러워 할 일이 없었다. 내가 나쁘다고 한다면 나는 당당하게 그게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 남의 기분도 생각안해보려는 인간들과 다르게 나는 내 옳은 생각을 가지고 내가 원한 결과를 만들어 낸 거니까. 내가 싸움을 할 때도 그렇다. 모두가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건지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자리에 들어올 다른 2번째의 피해자를 대신해 먼저 일어나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듯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샴푸로 머리를 깜듯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싸우고 그리고는 코피를 시원하게 바닥에 뱉은 것 뿐이었다. 근데 내가 세수를 당연하게 하는 것관 다르게 싸움은 그렇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 불편하고 찝찝한 기분을 넘어갈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하게 잘못 된 거 같은 느낌. 

 싸움도 못한 내가 싸움을 건 것이 잘못이었나. 알지도 못하면서 뭐가 맞는지 왈가왈부한 것이 잘못이었나. 무엇이 어찌 됐든, 모자란 내가 무언가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게 잘못이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맞다. 그냥 내가 한번도 밀어붙이지 못했으니까, 전달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찌질한 내가 견딜수 없는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니 말이 맞아. 그 한마디 하는 거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걸 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틀린 걸 맞다고 말하지 못하는 질긴 놈인데, 고작 이런 몇번의 일들로 그게 아니었다고 부정하기가 너무 안타깝다. 내 자신이 안타깝다. 더 지켜보자. 더 지켜보고 싶었다. 시간이 갈 수록 나는 성장할 것이라 믿었다. 늘 그랬듯이.

 나는 얼굴과 교복에 흙먼지를 가득 묻힌 체 집으로 돌아왔다. 아까까지 있던 주차장의 공간과 멀지 않은 우리집 3층을 들어오는 것은 상당한 괴리감을 느낄 일이었다. 이렇게 가까운데 너무나 다른 느낌을 받고 있는 내가 너무 낯설었으니까. 잠깐 멍하니 뭘한거지 싶기도 했다.

 "아들 왔어? 헉 세상에 아들 얼굴이 왜그래? 싸웠어"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아줘"

언제나 아들을 위해랍시고 힘들게만 한 부모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는 한참 부모란 두 글자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난 뒤였으니까. 그냥 조금만 쉬면 모든게 나아질 것이라 믿어넘어갔다. 나는 믿을 만 한 사람이니까.

 "아들 말을 해야 엄마가 도와주지. 왜 그래, 무슨일이야?"

 "신경끄라고, 하나도 도움이 안되니까"

세상은 약육강식이라고 했던가, 약하고 힘든 사람들은 도움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먹잇감이 되야 하는 세상에 나는 힘껏 부딪히는 중이었다. 마음의 소용돌이가 이렇게 나를 가만두지 않고 정신없게 하는데 옆에서는 강풍이 불어오고 나는 소용돌이가 어쩔 수 없어 강풍을 피하기 위해 다시금 힘을 내야한다. 힘든 내가 위로 받는 건 당연하지 않지만 힘든 내가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쉴 수가 없구나.'

방 밖에는 강풍이 계속 불었다.

 그 녀석은 뭐가 그렇게 잘났길래 아무렇지 않게 그랬던 걸까.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괴롭히고 웃고 떠들고 죄책감은 개나 줘버리고 하고 싶은데로 잘난 듯 구는 걸까. 세상은 왜 그런걸 아무렇지 않게 보고만 있는 거지. 적어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만은 잘못됐다고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게 세상이 할 일이잖아. 교실에서의 부조리함은 교실의 세계에서 잡혀야 될 것이잖아. 생각보다 세상은 무관심하고 무기력했다. 아무리 자기들이 가진 힘이 많이 있어도 하는 일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나와 그들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같은 놈 년들인데, 나는 이렇게 됬고 그들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니까, 나는 있는 힘껏 어이없어 하면 된다. 그리고 힘이 있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웃으면 된다. 힘이 있는 게 확실할 때조차 아무것도 못하는 게 사람이니까 나도 그럴 수 있다고. 대신 나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척 지금을 넘어가지 않고 성장할 테니까. 성장할테니까...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누굴 신경 쓸 여유도 없는데 주변에서는 내게 자꾸 무언가를 하도록 요구하니까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방밖에서는 자꾸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하는 부모가 있었고 나는 더욱 힘이 풀린 체로 주저 앉기만 했다.

"너 니 입으로 빨리말 안해? 이 씨발 문 부숴버리는 수가 있어. 빨리나와!"

이게 내가 혼자가 된 이유. 언듯 보면 나를 걱정해주는 주변을 내가 내친 것처럼 보곤 했지만, 현실은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나는 모두를 적으로 돌린 체 혼자 있을 뿐이었다. 얼마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피해망상이니 그릇이 작고 못나서 도와주겠다는 것도 싫다고 배가 불렀다 말하는게 웃길 만한 상황이었다. 불의에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악역은 내가 해야한다. 좋은 건 다 가져가고 모든 걸 다 빼앗고, 이제와서 한다는 말이 모든 일의 원흉은 나였다는 것이 이길 수 없는 분으로 다가온다. 어제처럼 오늘도 어거지로 나를 빼나와서 내게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요구하고 난 더 참고 더 힘들어야 할 것이다. 안됀다. 정말로.

 부숴질 듯 문을 치더니 이내 멈췄다. 곧 발걸음을 뒤로 하더니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돌아온 듯 했다.

"안돼겠어, 말로하면 못알아 듣어."

그치, 말로 하면 못 알아듣지. 이런식으로 해결하려는 너들한테 진절머리가 난다. 학교에서는 모든 이들과 부딪히고 그걸 보고난 다른 사람들은 맛있는 먹이가 있다는 듯 상처난 나를 덥썩 물어버리고. 이렇게 사는게 너희들의 철학이란 말이지. 철컥 하는 문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문틈사이로 보이는 아버지란 사람의 눈이 잡아먹을 듯 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걸 본 나는... 주먹을 뻗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주춤해서 뒤로 밀려났다. 내가 뻗은 주먹에 얼얼해진 볼을 만지더니 고개를 들라한다. 이봐,

 "적당히 해! 시발!"

 "어머어머어머 얘가 미쳤나봐. 왜그래 규범아? 미쳤어?"

 "몇년이 지나도 변하지가 않아. 위선과 가식이 몇년을 지나도 왜 변하지가 않냐고!"

저질렀다. 순간적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이번 기회에 한번 부딪혀 보는거야. 집밖으로 나가는게 언제나 두려워서 많은 것들을 참았던 지난 날들의 보상이라도 하듯, 떳떳하고 멋있게 나가서 성공해 보는거야. 직감에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지갑을 가지러 바로 뛰쳐들어갔다. 일이 급한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일어난 아버지는 나를 잡으러 방으로 들어간 들어왔다. 여기서 잡혀서 흐지부지 된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테지. 나는 머리를 있는 힘껏 그의 얼굴에 부딪혔다.

" 아악!"

" 세상에, 어떡해!"

 빨리, 빨리 가야한다. 방을 뛰쳐나와 거실을 지나서 현관문으로 달렸다. 그동안 운동조차 밥조차 제대로 하지도 먹지도 못해서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표정도 이상한 상당히 폼안 나는 모습이었지만,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

"야! 너넨 부모할 자격 없어. 특히 너. 구경만 처하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뚫린 입이라고 떠들어 대기만 하면서 누구한테 가르칠 수 있는 입장이라 생각해!!?"

 후, 난 큰일났다. 현관문을 열은 나는 있는 힘껏 계단을 내려왔다. 긴장이 풀렸는지 절뚝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갔지만, 괜찮았다. 자유로워진 내가 얻은 행복은 그런 잡다한 것 보다 훨씬 컸으니까. 왠지 기분좋다. 1층의 문을 열고 나와서는 죽어라 달렸다. 돈도 없고 멀리는 못갈 것이고, 차로 쫒아온다면 달리 도망칠 길도 없으니 잔머리를 굴려서 등잔 밑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곧장 시내로 달렸다.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않고 나온 탓에 상당히 복장이 추접스러웠다. 얼굴엔 눈물자국에 계속 나오는 콧물 때문에 훌쩍이고 있고 미친듯이 달리느라 시끄러운 발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이목을 한번에 받았다. 이 조그마한 동네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많을텐데, 부딪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이런 모습의 나를 들키지 않았으면 한다. 기껏 자유를 얻은 듯 뛰쳐나왔는데 복잡한 마음으로 끝을 내고 싶진 않았다. 실컷 달려야 한다. 원없이 달려서 지구밖을 나가야 한다.

 하지만 세상일 내 마음대로 되는 일 없다. 우리반 여학생들이 눈에 보였다. 또 오지랖이나 부리겠지. 여자들은 다 그런가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사람도 여학생이라는 애들도 다 같잖고 꼴보기 싫다. 특히 부(父)쪽이 더 그랬지만.

 이렇게 된 거 그냥 놓아봐야겠다. 보면 어때, 알게뭐야. 난 충분히 잘난 놈이고,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돼. 스윽 비친 그 여럿명의 아이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경사진 이 길을 내려가서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이깟일은 사실 별로 아무렇지 않아. 직사각형의 대각선 두개가 그려진 횡단보도에 신호등 두개를 바라봤다.

 쉴 틈 없이 뛰어서 그런지 숨이 금방 턱까지 차올랐다. 약간 어지럼증도 나고 입안엔 침도 고이고 참으로 정신없기 그지 없었다. 문득 지갑이 생각나 지갑을 열어보니 돈은 15만원 어치가 있었다.

'충분해. 이정도면, 한달은 걱정없겠어."

15만원이면 모텔에서 잘 수도 고시원에서 자기도 힘들다. 생활비를 낼 만큼 숙박비가 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해낼 수 있다. 나한텐 방법이 있으니까. 오히려 15만원이면 기분좋게 흘러갈 상황이었다.

 시내로 가서 제일먼저 들른 곳은 옷가게 였다. 곧장 들어가자 마자 모자를 하나 고르고는 재빨리 카드를 긁고 가게를 나왔다.

'다음은 문구점'

노트 몇개랑 펜 몇개를 샀다. 필통도 필요할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급하게 나와서는 수건이랑 세면백을 샀고 그리고는 목도리 하나랑 티셔츠 하나를 샀다. 모자 8천원 노트 펜 5천원 목도리 티셔츠 합 24000원 총 3만 7천원. 싼곳을 찾으러 다니기에는 여유가 없어서 지출이 꽤 나왔다. 뭐 이정도는 어떻게든 해보지뭐. 모자를 눌러쓰고 목도리를 두른 다음 수건과 옷을 접어서 가지런히 세면백과 함께 겨드랑이 사이로 낀다. 2분, 정류장에는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2분이라고 했다. 지금쯤 어디있는지, 혹은 따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가 나를 찾아올거라고 생각하기에는 내 동선은 치밀했다. 가까운 가게부터 순서대로 둘러서 제일 먼 버스정류장으로 왔으니까. 내가 어디있는지 아무리 빨리 찾아도 여기까지는 오기 힘들다.

 정류장에 도착하고 약간의 긴장이 풀리자 숨이 제일 먼저 차올랐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쏘다녔던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을 이용해 한숨좀 돌려보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평범한 어제의 길가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보이는 풍경은 이렇게나 숨이 가쁜 나와는 상반되게 너무나 조용하고 아무렇지 않았다. 나만 빼고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그런 분위기 였다.  그것이 나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지표처럼 보였다.

  의도한 코디는 아니지만 운동을 하고 씻을겸 사우나를 가는 학생이 되어있었다. 아까 뛰어내려왔던 때와는 다르게 나도 분위기에 녹을 만큼 평범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대로 버스를 타고 근처 동네까지만 가도 방금있었던 그 많은 일들은 없는 것이다.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조금씩 삐져나온 핸드폰이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아, 나 핸드폰 있었구나. 문자를 확인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아마 잘 곳을 구하기 전까지 몰랐을 거고 아에 못가져 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이다. 떨어진 핸드폰을 주우려는데 화면에 통화버튼이 걸려있었다.

"이런 x발!"

야! 소리와 함께 통화는 꺼졌다. 그럼 그렇지. 그 사단을 내고 핸드폰을 들고갔는데 전화가 안왔을리 없었다. 계속 오는 전화를 보면서 어떻게든 비행기모드를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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