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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오후의 어느날 이었다. 나는 요만큼이라도 이 감성적인 순간을 벗어나기 싫었고, 움직이는 것도 사양하고 싶었기에 바깥을 바라다 볼수 있는 유리창 앞에 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눈 앞에 밝은 태양은 비춰도 그만이고 안 비춰도 그만이었다. 그저 앉아있는 다는 것 자체가 나의 감성을 자극시켰다. 아니다. 사실 감성적이고 싶었다. 여기서 벗어나면, 수치심과 절망감으로 나는 제정신이 아닐게 분명했다. 지금 일어설 힘도 없었다. 일어나는 게 너무 무서웠다.
나를 엄습하는 이 막대한 두려움이란 무엇인가. 나는 곰곰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덕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이 나를 모함하고, 허영심과 질투심이 나를 찌른다. 아파.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아픈데 나는 생각을 멈출수 가 없다. 이 얼마나 잔혹무도한 현실인가. 도망치지 못한다면 아픔에 비명횡사 해야한다는 고달픈 애환을 들어주는 이 어디 없는가. 없겠지. 그런 세상인데.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은 다 어딘가 떠나버리고, 세간의 자칭 상담사라 불리는 자들은 잘잘못을 따지기 바쁘다. 무엇을 상담해주는 지 조차 잊어먹고 떠들기 바쁜 그런 인간들. 누구에게 하소연 해야하는가. 누가 이런 세상을 살맛나게 해주는가. 아아. 사람이 밉다. 분명 사람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식물들과 동물들이 세상을 조화롭게 꾸며가고 있었겠지. 나는 내 자신이 사람이라는게 밉다. 그래, 내 자신도 밉다. 나는 태어나기 싫었음에도 태어난 것이다.
나도 흙이 되어 동식물들과 함께 자유로운 대지를 거닌다. 세상에 초원이란 초원은 다 내친구들의 작품이며, 더러운 침과 산성으로 된 비도 없는 깨끗한 물들은 내품에 안긴다. 사랑. 그것은 사랑이었다. 내가 세상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어미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어머니이다. 누군가의 연인이다. 칼의 칼집이며, 오르골의 상자와 같다. 그러나, 눈을 깜빡이면 모든 어머니로써의 자신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나는 다시 현실을 곱씹는다.
이제 나는 선택해야한다. 이 현실을 벗어나는 꿈은 사람들 속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다. 그 사람이 미워도 사람을 미워 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해야 할것은 흙도 물도 심지어 오르골도 아니다.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